도보행진을 시작하며
2021년 차별금지법 연내제정 촉구 도보행진을 시작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의 열기가 국회로 넘쳐 흐르던 6월을 기억합니다. 청원이 열리자 순식간에 차오르던 동의와, 10만을 앞두고 새로고침을 누르며 설레던 마음들에 응답하며 국회도 조금씩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등법안 3개와, 지난해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까지, 4개의 법안을 비교검토하는 일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것이 2007년입니다. 14년의 시간 동안 국회는 출발선에서 한걸음 물러나기만 반복했습니다. 차별금지법안에서 일부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해 차별을 허락하는가 하면, 수십 명의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가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14년의 시간 동안 국회가 만든 풍경이 무엇인지 보십시오. 인권과 평등의 원칙이 무너지고, 사회구성원 누군가들에 꼬리표를 붙이며 공공연히 모욕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일을 구하기는 어려웠고 쫓겨나기는 쉬었습니다. 국회가 뒷걸음질치는 동안 누군가들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렸습니다.
차별로 숨막힐 듯한 세상에서,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는 연대가 숨 쉴 자리를 만들어왔습니다. 집회와 행진과 축제의 장에서, 집과 학교와 일터와 거리에서, 조금씩 다른 길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부고가 전해질 때마다 먼저 용기내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기만 기다리는 세상에 맞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그려왔습니다. 10만행동은 저마다의 용기와 간절한 연대가 틔운 새로운 시간이었고 이제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국회는 4개의 법안을 탁자 위에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90일의 기간 동안 국민동의청원을 심사하도록 한 국회법도 무시했습니다. 11월 10일까지 심사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통지만 있었을 뿐,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겁니까. 차별을 금지해야 할 이유를 모른다면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고, 차별을 금지할 방법을 모른다면 정당의 자격이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한 국회의 책무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말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행동 사이에 은하수가 있어 오작교 놓아주기라도 기다리는 겁니까. 입법기관의 책무를 시민들에게 떠넘기며 회피하지 마십시오.
10만행동에 응답하는 법안 심사를 11월 10일까지 마칠 것을 요구합니다. 2021년 정기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회는 누군가의 삶을 나중으로 미룰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도보행진을 시작합니다. 10월 12일 부산에서 출발해, 11월 10일 서울 국회 앞까지, 출발선에서 미적대는 국회가 걸음을 떼도록 촉구하며 30일을 걷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100만 보 앞으로 당겨보자며 겁없이 시작합니다. 차별에 지지 않고 평등의 길을 내왔던 사람들, 평등의 감각을 나누며 길을 넓혀온 사람들을 기억하고 또 기대며 갑니다.
부탁합니다. 30일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걸으며 평등길을 이어주십시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소수의 눈치를 보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이 오히려 소수인 것처럼 외면하는 국회를 향해 소리쳐주십시오. #평등길1110 해시태그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주십시오. 2021년,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 이종걸,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미류 드림
최근 소식
서울에서 부산까지
매일 6시간, 총 500km #평등길1110 이야기